2009년 01월 31일
윈난(云南) 기행 <8> 따리(大理)에 들어오다
리장에서의 마지막 밤, 전부터 눈 여겨 본 숙소 인근의 외국인들이 주로가는 카페를 찾았다. 2층짜리 목조 건물에 붉은 백열등 불빛이 환하다. 내부에는 서양인 손님들로 자리가 대부분 차 있다. 2층 창가에 마침 빈자리가 눈에 띄어 우리는 그곳에 자리를 잡는다. 안에서만 보면 중국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고 인테리어도 중국풍이 아니다. 맥주 몇 병과 피자를 주문했는데 한국에서와 비교하면 싼 편이지만 이곳 물가와 비교하면 제법 비싼편이다. 거의 100위안이나 된다. 혼자 숙박을 하면 사나흘치 숙박비와 같다. 험난한 여정을 완주한 뿌듯함에 긴장이 풀려서 인지 맥주 맛이 달콤하다. 배낭여행와서 고급 까페에서 맥주 잔을 기울인다는 것이 조금은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멋지고 아늑한 리장의 밤을 기분 좋게 느끼며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워 본다.
다음날 아침, 이제는 쿤밍에서 부터 호도협까지 함께 동행했던 큰별이,민철이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잠시의 동행 후 이별은 살아가며 늘 겪는 일이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작별 인사를 하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위해 고성을 빠져나온다. 맑은 하늘이 온통 파랗다. 먼 곳의 차도를 보면 파란 하늘과 닿아 마치 차들이 하늘을 달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덩달아 기분도 상쾌해짐을 느낀다. 샹그릴라로 향하려 했던 계획을 갑자기 수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은 여정에 샹그릴라(香格里拉)와 따리(大理)를 모두 가기엔 무리인듯 싶어 아쉽지만 샹그릴라는 다음 번을 기약하며 따리로 가기로 하였다. 따리는 쿤밍에서 다섯시간 정도의 거리로 아홉시간 정도 거리인 리장보다 쿤밍에서 더 가깝다. 원래는 따리를 거쳐 리장을 여행하는 것이 정석이긴 하지만 호도협 트래킹을 먼저 하기 위해 나는 리장을 먼저 갔던 것이다.
약 세 시간의 여정, 16인승 버스에 그리 편하지 않은 좌석이지만 익숙해진 탓인지 이미 자리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탓인지 나름대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목적지로 가는 버스에 무사히 몸을 실었다는 안도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곳 윈난은 험한 산길이 많아 45인승 큰 버스보다는 이런 16인승 버스가 오히려 더 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낮선 중국 사람들 틈에 외국인은 나 혼자인 것 같다. 맨 앞 좌석을 차지한 주황색 승복을 입은 살이 포동포동하게 찐 젊은 승려를 포함하여 모두 현지인 인듯 싶다. 창밖의 풍경도 제법 괜찮다. 파란하늘을 바라보며 세 시간여를 달려 드디어 버스가 따리로 진입을 한다. 따리는 따리고성과 신도시로서 행정의 중심지인 샤관(下关)으로 나누어져 있다. 내가 가야할 곳은 여행자들이 많이 있는 고성이다. 버스가 숙소를 잡으려고 했던 고성의 입구에서 잠시 정차를 했지만 나는 그곳이 고성입구 인지를 모르고 하치를 하지 못했다. 결국 종착지인 샤관의 북버스터미널에 와서야 하차를 해야만 했다. 이후에도 또 한번 시내버스를 잘못 타서 오히려 반대 방향인 시내중심지로 가고 말았다. 따리에서의 첫 여정이 순탄치 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조급하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뭐 그런 것이 여행길 아닌가. 이왕 시내로 들어온 김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큰 서점이 있길래 한 번 들어가 본다. 서울에 있는 대형서점들 처럼 제법 큰 서점이다. 전부터 구입하려고 했던 중국 전역을 안내하는 지도책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본다. 그러나 책이 너무 무겁다. 가격은 한국에서 판매하는 지도책에 비해 많이 싼 편이지만 책의 무게가 나머지 여행길에 짐이 될 것 같아 구입은 나중에 상하이(上海)에 가서 시간이 허락된다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행착오 끝에 버스 한 번을 더 타고 고성으로 입성을 한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아까 지나쳤던 시외버스 정류장이다. 그곳에서 하차해서 고성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성의 거리는 리장에서의 그것과 조금 차이가 있다. 고성 길목 사이를 흐르는 수로는 리장의 수로보다 폭이 많이 작은 편이다. 미로처럼 되어 있던 리장의 길들과는 달리 따리 고성의 길목은 바둑판처럼 잘 구획이 되어 있는 듯하다. 이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알고 있는 건 숙소가 위치한 거리 이름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찾아가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양런지에(洋人街)라고 쓰여 있는 마치 개선문처럼 커다란 돌 장식물이 나타난다. 그 곳을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밖에서 보면 여느 식당과 같아 게스트하우스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안으로 들어가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그 곳을 지나 다시 문 하나를 통과하면 2층 건물로 된 숙소들이 있다. 성수기가 아니어서 인지 투숙객은 별로 없다. 내가 써야할 룸에는 서양 여자 두명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데 지금은 밖에 나가고 없단다. 오늘 밤은 그 둘과 한 방에서 동숙을 해야 한다.
안내해준 방으로 들어가자 한 낮에도 불을 켜야 볼 수 있는 방에 2층 침대 4개가 놓여 있다. 이미 안쪽으로 두 여인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어서 마주보는 곳에 내 자리를 잡기가 뭐해 입구쪽 침대의 아래칸을 쓰기로 하고 짐을 푼다. 침대 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작은 대나무 가지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커텐(?)을 칠 수 있다. 침대 전용 등도 별도로 있어서 방해 받지 않고 책보기에는 딱이다. 일단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샤워를 한 후 오래간만에 인터넷을 하기 위해 식당과 같은 공간에 있는 쉼터로 향한다. 소파와 탁자가 있어 쉴 수 있으며 컴퓨터는 2대지만 1대는 고장나서 나머지 1대만 사용할 수가 있다. 잠시 쉬고 있으니 나처럼 오늘 밤을 보낼 투숙객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한다.
[晴碧]




[晴碧]
# by | 2009/01/31 22:34 | └ 08.3.23~4.2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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